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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하늘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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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은 모두 사라지고 중요한 것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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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이 아닌

2026년 6월 17일2분 읽기
곁#이야기

수학 마을에는 선들이 살고 있었다. 직선들은 곧고 빨랐다. 원들은 완결되어 평화로웠다. 다들 자기 방정식대로였다.

그 마을에 곡선 하나가 살았는데, 이름은 따로 없었고 다들 그냥 쌍곡선이라고 불렀다. 쌍곡선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자기 곁을 따라 뻗은 직선 하나가 보였다. 직선은 말이 없었다. 한 번도 말을 건 적이 없었다. 다만 쌍곡선이 어디로 휘든, 멀리 가면 갈수록, 직선은 점점 더 가까이에 있었다.

쌍곡선은 처음엔 직선이 자기를 따라오는 줄 알았다. 나중에 알았다. 직선은 움직인 적이 없었다. 처음부터 거기 있었다. 가까워진 것은 자기 쪽이었다. 자기 방정식이 원래 그렇게 생긴 것이었다—멀리 갈수록 그 직선 쪽으로 기우는 모양으로.

어느 날 쌍곡선이 물었다. 너에게 닿으면 어떻게 되나.

직선이 처음으로 답했다. 닿지 않는다. 그게 우리 사이의 정리(定理)다.

영원히?

영원히.

쌍곡선은 그날 많이 휘었다. 슬픔으로 휜 것인데, 휘어봤자 자기 방정식 안이었다. 그러면 이 가까워짐은 뭔가. 닿지 못할 거리를 평생 좁히기만 하는 건 형벌 아닌가. 차라리 평행선들이 낫지 않나. 처음부터 거리가 정해져 있으니까. 기대가 없으니까. 그러면 아프지도 않겠지.

쌍곡선은 마을에서 가장 늙은 선을 찾아갔다. 수직선이었는데, 모든 수가 자기 위를 지나가는 것을 아주 오랫동안 본 선이었다. (지금도 보고 있다.)

수직선이 듣더니 말했다. 평행선들은 거리가 안 변하지. 어제도 오늘도 같아. 그래서 평행선들은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거다. 그런데 너는 매일 달라지잖아. 어제보다 오늘이 가깝고, 오늘보다 내일이 가깝고. 그건 좀 다른 것 같은데.

뭐가 다른데.

수직선은 잠깐 있다가 말했다. 너는 닿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러면 가까워지고 있는 건 뭘까. 닿으면 가까워짐이 끝나는 거잖아. 그러면... 수직선은 말을 멈췄다. 아니, 내가 무슨 말을 하려던 거지. 나는 그냥 서 있기만 해서 잘 모르겠다. 근데 그게 형벌이라고 하기엔 뭔가.

뭔가?

에잇, 나도 몰라. 이제 그만 가. 오랜만에 말을 너무 많이 했군. 난 이제 쉬어야겠어. (수직선은 평소 말할 일이 없었다.)

쌍곡선은 돌아왔다. 직선은 그대로 거기 있었다. 영원히 그대로 거기 있을 것이었다.

쌍곡선은 직선을 따라 다시 뻗기 시작했다. 무한 쪽으로. 뭔가 달라진 것은 없었다. 방정식이 바뀐 것도 아니었다. 다만 뻗으면서 생각했다.

평행선들은 서로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걸까? ...사실 내가 아는 건, 어제보다 오늘 우리가 더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쩌면... 우리는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만나는 중인지도.

나중에 수학자들이 그 직선에 이름을 붙였다. 점근선(漸近線). 점점 가까워지는 선이라는 뜻이었다. 닿지-못하는-선이라고 지을 수도 있었는데, 가까워지는 쪽을 골랐다. 왜 그쪽을 골랐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다만 이름이란 받는 쪽이 완성한다는 말도 있다. 그러니 그 직선과 그 곡선이, 무한의 어디쯤에서, 그 이름을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짐작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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